“여기 있는 분들이 아까 기타소리에 흥겨워서 같이 자리 조인하고 싶다고 하네요. 기타도 연주 하고 싶다고 하시고. 이거 전달해 주실수 있죠?”

   

 “that guy want to join us for playing the guitar, maybe your sucking dick hands call him? Right?"

 

 “아주그냥 뻘소리 제대로 지껄이네. 암튼 내용은 얼추 맞는거 같으니. 현구씨 파이팅.”

 

 현구는 졸지에 합석해서 인사와 함께 간단하게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토익 850점의 현구는 토익리스닝에 최적화 되어 있었고, 엑센트가 있는 영국 영어는 셜록과 오피스라는 영드를 즐겨 봤기에 거부감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영국 친구는 한국말을 누구 보다 잘 했기에 통역이나 의사 전달엔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현구가 기타를 잡고 박수소리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술자리에서 치는 기타가 처음은 아니었고 흥겨운 분위기의 기타는 언제나 환영이었지만, 카메라 4대가 눈앞에 있는 곳에서 치는 기타는 처음이었거니와 날 평가라도 한다는 듯이 쳐다보는 촬영팀들의 압박이, 그의 손을 얼게 만들었다. 하지만 뒤에서 쳐다보는 신혜와 저멀리 느껴지는 혜지와 현지의 웃음가득한 그리고 기대 가득한 눈빛은 긴장을 풀게 만들었다.

 

 “I heard that your accent. Can I playing the guitar for Gary moore. and If guys could join my stage, this is party time."

 

 현구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나오는데로 생각나는데로 영어를 뱉어 냈다. 그래도 손짓 발짓을 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이해 못할쏘냐? 그리고 자기 나라의 가장 유명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의 곡을 연주 하겠다는데 거부감은 있을 수 없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현구의 엉터리영어에 답하며 녀석들은 특유의 영국 훌리건의 모습으로 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구의 손은 부드럽게 기타를 감쌌고, 생각보다 튜닝은 잘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마틴기타였다. 아마도 협찬 받았을 터였고 자신도 이렇게 좋은 통기타를 써본적 없었지만 기대반 설렘반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초반에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이 공연은 망칠 것이라는 두려움과 걱정은, 기타를 손에 쥐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연주의 시작과 함께 그 북아일랜드 출신의 사내 셋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로 답했다. 그리고 후반부 솔로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현구의 무대였다. 그 누구도 어떠한 사람들도 소리 내지 않고 현구를 쳐다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현구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곡과 흡사한, 하지만 분명히 다른 몽글몽글한 어쿠스틱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블루노트의 선율을 담은 게리무어의 곡은 분명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영국에서 온 외국 청년들의 막무가내 목소리와는 다른 현구의 기타 솔로엔 게리무어에 대한 사랑과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과 본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우울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충분했다. 자신이 평소에 먹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유명 요리사의 말을 벗삼아 이야기 하자면, 그 사람이 연주하는 곡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표정과 음이 어떤지 볼 수 있고 느낄수 있다면 음식이 이야기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알 수 있다. 같은걸 먹더라도 만들어내는,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분명 다르기에.

 

 

 “김미영. 정신 안차려. 지금 니 환자라고. 니가 인투 베이션 옆에서 카바 하는게 정상인데, 쌤들이 너한테 잡일 시키는 거 미안하지도 않냐?”

 

 “아 죄송합니다.”

 

 “그러면 3way 3개 연결해서 라인 만들어서 N/S 달아서 가져와. 너 저번에 CPR할 때도 했잖아. 빨리.”

 

 “.”

 

 2년차 김미영선생은 환자를 많이 타는 타입이었다. 인계를 주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미영이 인계를 받으면 신기하게 상태가 나빠졌다. 소위 환자를 탄다라는 표현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눈치가 좀 늦고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알지 못한채 깔아두기도 했었다. 보통 신규에게 이렇게 환자를 타는 경향이 많았고 2년차인 미영 또한 자신의 이런 고생에 지쳐 가고 있었다.

 

 “미영쌤. 3way 라인 내가 만들어 놨고, 내가 IV잡을 꺼니까, 쌤이 patient monitor keep 해오고 infusion pump 두 개 달아서 폴대에 가져오는거 알죠?”

 

 “, . 우리 monitor 빌려 하지?”

 

 “우리 1551호 박복자님 꺼 빼서 쓰면 되. O2 prep 했으니까.”

 

 “어어 고마워.”

 

 “언니. 정숙 쌤은 원래 소리 지르는 거니까 걱정 노노 하시구요, 파이팅 합시다. 그리고 딱보니 별거 없을거 같은데? 한번 내가 알아 볼게. 걱정말고

 

 “. 그래? 고마워.”

 

 무엇을 알아 본다는 것인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동기인 현지가 뒤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 준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들보다 느린 자신의 손과 이해도는 현장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는 간호사에게 맞지 않았다. 성적은 누구 보다 좋았고 성실함에서도지지 않았지만 일머리와 손놀림은 그것과는 별개 였던 것이다. 간호학과가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신생 학교에서 이곳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이기도 해서 어깨에는 학교의 명예와 교수님들의 기대가 있었기에 쉽사리 포기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끊임 없는 태움과 일처리 미숙으로 인한 환자 상태 악화는 일말의 미련 또한 잊게 만들었다.

 

 “내가 커버 볼테니까, 너 시간 기록이랑 약물 카운트 잘하고. 그리고 E-cart 채워넣어야 하는거 알지?”

 

 “, 알겠습니다.”

 

 “이거 cpr도 아니고, 이전에 할 intu 지금 하는거니까 부담도 없어. C-line은 다하고 나서 잡을거라니까, 그건 할 수 있지?”

 

 “.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가 아니고 할수 있냐고 물었어. 정신차려.”

 

 “, 네 할 수 있습니다.”

 

 “ICU 자리는 있대?”

 

 “아직, 지금 물어 보겠습니다.”

 

 “이런건 빨리 푸시해서 빼야지. ICU 자리 안나면 너 벤트 보는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니 환자 anti도 아직 안걸었을거 아니야? 그거 다 하려면 너 집에 언제 갈래? 아직 안했으면 곽태영 교수님이 푸시 넣었다고 해. 그러면 걔네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껄? 그리고 환자분들 식사 하시기 전이니까, bst좀 먼저 하고 와. 지금 인투 시작 안했고 ABGA 수치는 괜찮고 chest 판독 하러 간다고 해서 당직이 파트한테 노티다시 하러 갔어. 아마 5분 뒤에는 인투 할거니까. 얘 담당의 누구야?”

 

 "박신혜쌤이요.”

 

 “아오, 아마 이년 지가 직접 하러 올수도 있겠네. 난 딱 질색이야. 이제 7시 좀 넘었지? 아직 여기에 있을 테니까. 지가 알아서 하러 오겠다.”

 

 “, ICU전화했는데, 거기서 intubation 하겠데요. 나이스

 

 “오 진짜? 역시 현지 넌 행운의 여신이라니까. 빨리 챙기자. 김미영 빨리 챙겨. 괜히 환자 더 나빠지기 전에. 여기서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인턴 콜하고 암부 꼭 챙겨서 가져오라고 티칭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나 간다. 라운딩 나도 못갔넹.”

 

 미영은 E-cart에 밀봉 되어 있는 ambu bag을 환자 침대 옆에 두고 인턴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환자가 더 나빠지지 않았고 ABGA 도 괜찮아서 ICU를 가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 진짜 운 좋은거 같에요. 내가 말했지? ICU에서 엄마 빼올 때부터 곽태영 교수님 성격 대충 ICU에서도 눈치 깠을거 같거든. 그래서 내가 곽태영 교수님 환자고 1인실 쓰고 있었다고 하니까 바로 연락 오더라구. ER 먼저 올리는 거 취소하고 우리 환자 받은 거지. 만약 이 자리 keep 못했으면 우리가 care 해야 했을 테니까. 1인실 이고. 그리고 박신혜 아효 또 밤새 쪼아 될 텐데 감당 도 안 될 거구요.”

 

 “아 너무 고마워 현지야. 덕분에 힘나는 거 같아.”

 

 “우리 빨리하고 집가요. 다행이 치우기만 하면 되니까. 우리 황소곱창에서 한잔 해야죠? 내일 나이트잖아요?

 

 “그래. 힘내서 빨리하고 같이 나가자. 후유.”

 

 현지는 미영과 동기지만 발령을 3개월정도 일찍 받았다. 3개월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환자를 보는 센스나 실력의 차이는 확연히드러났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지가 일을 잘하기도 하지만, 위에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나 외모에서 주는 호감이 상대적으로 미영과는 달랐다. 미영도 분명 공부도 잘하고 뛰어난 인재이긴 하지만 이곳에 오는 모든 간호사들은 다 미영만큼 공부도 잘 하고 뛰어 났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요즘 들어 점점 회의가 들고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적이 여러 번이었지만 작지 않은 나이에, 이곳만큼 돈을 주는 직장은 드물었다. 물론 내 몸과 건강을 팔아서 버는 돈이라는 생각을 하면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20대 여성이 이만큼 직장에서 돈을 벌수 있는 건 대기업 말고는 이곳이 전부였다. 그 직장문화라는 것은 어디서나 있는 것이겠지만 특유의 태움과 비난을 담은 언행들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너희들 뉴스 봤어? 아성병원 신규가 자살 했다던데?”

 

 “뭐 꾸준히 있는 일 같은데요 뭐.”

 

 “정숙아. 조심해야. 그럴리 없겠지만 세상일은 모르잖아.”

 

 “. 수쌤. 근데 퇴근 안하세요?”

 

 “. 지금 갈 거야. 그 환자 ICU바로 간다던데?”

 

 “. 운이 좋았죠. 어휴 미영이 이제 슬슬 커버 안해도 혼자 잘 할 때도 됐는데. 너무 비교 되요 현지랑.”

 

 “잘 할거야. 이제 1년 지났는데 뭐. 현구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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